이방인 이지만, 괜찮아.






바로 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로써, 임시체류증 조르기, 그 후.


마지막에 썼던 글에서 나는 임시체류증 조르러 네번째로 가기 전 이었다.

글 쓰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갔고, 결과적으로? 네번째 경시청 방문때가 아닌, 다섯번째 방문때 임시체류증을 get 했고, 심지어, 체류증 절차도 끝내버렸다.

잉?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 하면...원래대로라면, 체류증을 갱신 하기 전에 예전에 받은 임시체류증이 만료 됐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임시체류증을 을 발급 받은 후(보통 직접 경시청에 찾아가서 상황 설명 후 임시체류증 발급) 실제 예약 날짜인 2018년 2월5일에 다시 경시청에 가서 내 많은 서류를 가지고 가서 체류증 갱신을 진행 할 수 있었는데, 다섯번째로 갔을 때 체류증 갱신을 해버린 것. 이게 왠 개이득? 게다가, 당연히 임시체류증까지 받아왔다!


후기가 궁금한 분들이 있을까 해서 한번 썰을 풀어 보자면,

 네번째 시떼 유니벡씨떼에 있는 학생 전용 경시청으로 갔을 때, 8시에 도착하겠단 다짐과 달리 아침 8시 30쯤에 도착했다. 나름 일찍 갔으니 첫번째 방문을 제외한 두번째, 세번째 방문때보다야 사람이 적었지만 어쨌든 그 날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시간이 됐지만 문은 아직 열지도 않았고. 대환장파티. 그치만 침착하게 맨 앞줄로 가서 대체 여러분은 몇시에 오셨냐 물어보니 누구는 아침 7시, 누구는 새벽5시라고... 그제서야 포기가 됐다. 줄은 어쩔 수 없이 서야 했던 것... 운명을 받아들이고 맨 끝으로 가서 줄을 서기 시작 했다. 어차피 그 다음 주에 다시 가 봤자 그때는 대자연이 찾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고단함과 괴로움이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 이라는 판단이 섰음.


 어쨋든, 다음 날 고전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고전을 읽으며 기다렸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래도 좀 빨리 온 편이라 굉장히 뒤에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대체 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왜인지 뒤늦게 문을 열었을때 안에 충분히 많은 사람이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전혀 들여보내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앞에선 새치기 하고, 사람들은 밀고, 알제리 사람들은 소리지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음. 알제리 사람들은 마치 데모라도 하는 듯 구호를 외쳐대며 오늘 새벽 5시에 왔다고 그들끼리 연대 했다... 솔직히 좀 의아 했다. 알제리 사람들은 뭔가 다른 조치가 있는 건가? 왜 구호 외치지? 긴장되게... 파리에선 테러의 두려움이 항상 있다.


 뭐, 어쨌든, 경시청에 우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물론 그 날 예약이 잡힌 사람. 그런데 사실 그마저도 정말 힘들게 들어갔다. 예약 확인증이 있는 사람들 조차 밖에서 최소한 30분 정도는 기다리는 듯 했다. 난 총 5시간 정도를 기다렸고, 그 사이에 같이 줄 서던 다른 학생들이랑 잡담도 하고 책도 봤다가 하면서 기다렸다. (이 짓이 하기 싫어 외곽에서 파리 안으로 들어온건데...후...)


한참 줄을 서다가 오후 한시쯤이 돼서야 경시청 문을 다 열고 건물 안쪽으로 사람들을 들여보내줬다. 어차피 실내 안에서도 기다림은 계속 되지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줄고 정돈이 돼서 그런지 건물 안 복도에서 기다릴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앞쪽에서부터 사람들이 한명씩 빠지기 시작 함. 

무슨말이냐면, 원래는 앞에서 가드하는 남직원들을 통과하고(예약증이 있는지 등등 확인 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비로소 업무를 보는 것 인데, 사람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태 사람들을 검사하고 확인 했던 사람들이랑 짧게 이야기 하고 조그마한 종이를 받아서 가는 것 이었다. 

그 종이가 뭔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


어쨌든 건물 안쪽에서 30분 가량 더 기다렸을 때 쯤, 내 순서가 돼서야 그 종이 정체를 알았는데.... 그때 기분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넘눠무너ㅜ머ㅜ너ㅝㅜ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참담했다............................................................. 알고보니 그 종이는 또다른 임시체류증 발급 예약 종이였던 것.


내가 임시체류증 하나 받겠다고 몇번째 경시청 가서 시간을 쏟고 있는데, 고작 준다는 게 임시체류증도 아니고 다른 날 임시체류증 업무를 봐주겠다는 예약 종이라니.... 너무 한거 아니오?  게다가 그땐 13시30분 쯤 됐을 때 였는데, 임시체류증 오늘 꼭 필요한 사람은 14시부터 업무 시작 하니 기다리라고... 그땐 정말 혼란 스러웠다.

당연히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기다린게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 싶지만, 맥이 너무 빠져서 더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항의 할 마음도 없고 방법도 없지만, 난 혼자 단단히 화가 났고 화를 식히고 싶은 마음 뿐 이었기 때문에 빨리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치만 빠져나오는 동안 2차 빡침.


 나와서 보니, 경시청은 오히려 아침이 아닌 오후에 사람이 덜 몰린다는 것. 당췌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체류증 업무를 선착순으로 받는 듯 하다. 그래서 아침에 늘 사람이 몰렸던 듯. 알려주는 곳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냥 부딪혀 깨닫는 수 밖에ㅎ. 내 선착순인줄 알았으면 아싸리 쉬다가 천천히 나와서 임시체류증 받았지 이 바보들아. 아니 사실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14시 전 까지 기다린 사람들에겐 임시체류증 업무 예약을 해주곤 14시부터 임시체류증 발급 업무를 시작한다고? 

아무리 되물어도 지나치게 시크한 무슈들은 내 말 듣고 씹음. 나쁜 경시청 놈들 ㅠㅠ내 자존감 도둑들.



 결국 그 다음주에 다시 경시청을 갔다. 대신 이번엔 느긋하게, 오늘 뭘 해도 하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예약 날짜는 남자직원이 예약증을 써줄 때 내가 고를 수 있어서 쉬는날로 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오후에 갔더니 역시나 그 지난 주 아침만큼 사람이 미어 터지진 않고, 적은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나는 예약증도 있었기 때문에 더 빨리 들어갈 수 있었음. 그치만 아직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비도 오는데 너무한거 아니냐며 항의 하고 있었다. 후... 이해해요 Mes amis...


 드디어 번호표 받고 사무실 입성!!!! 5번째 방문만에!!! 헥헥 힘들었다 진짜. 근데 이게 모다?? 사무실은 생각 한 것 보다 넓었고 직원도 많았다. ...물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직원이 많은데 왜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거야? 일처리를 어따구로 하길래 이렇게 느린거야???? 왜 안에서도 또 기다려야 하는거야...?? 

 그치만, 다행히 안에는 불편하지만 의자도 있었고, 밖에보단 쾌적해서 나쁘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작성하라는 서류가 있는데 사실 속으로 '아니, 임시체류증 받으러 온 사람한테 왜 이것까지 쓰라고 하는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 서류는 진짜 체류증 갱신 신청 하러 왔을때 적는 서류기 때문. 뭐.. 적으라니 일단 적고 한 40분~1시간을 기다렸더니 내 차례가 왔다. 그런데 내 담당 직원이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 일 줄이야. 


 그녀는 이미 과도한 업무로 인해 굉장히 지쳐보였고, 집에서는 상냥한 엄마 내지는 아내이겠으나 우리 외국인에게는 너무나 과했다. 말로 다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태도는 심각하게 무례 했고, 애초에 적어준 예약증엔 정말 약소한 서류를 준비하란 안내밖에 없었음에도 난 혹시몰라 다 챙겨갔던건데 왜 서류들 복사본을 준비하지 않았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왜 아시아 사람들은 챙겨오라는걸 제대로 안 챙겨와??' 부터 시작해서 서류를 던지듯 주질 않나, 혀를 계속 끌끌 차질 않나... VISA 주는게 본인의 고유 권리인 마냥 행동하는데, 참다참다 나도 한마디 했을정도... 나처럼 소심한 애가... 


 내가 '이건 원본이지만 난 필요가 없으니 받아도 된다. 원본을 제출하면 되니 복사가 필요 없지 않냐'고 물었더니,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뭐해? 복사해오라니까?' 라며 자기 옆자리 동료에게 '복사를 자꾸 안해와. 복사본이 없으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하고 난 보지도 않고 말을 하더라는.

 결국 '(진지하게 화를 내며)이봐요, 전 그냥 질문을 했을 뿐이고 어렵지도 않은 질문이에요.' 라고 ㅋㅋ

 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별 것 없는 것 같기도? 딴엔 용기 냈는데ㅋㅋㅋㅋ 어쨌든 돌아온 대답은 본인은 원본을 가질 권리가 없단다. 그래서 군말없이 복사 해 옴.

(사무실 안에 유료 복사기가 있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내게 체류증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는 사람이라 생각 하니 쪼그라 들 수 밖에 없다.

숱하게 인종차별을 겪어왔고 경시청 직원들의 악명이야 안들어 본 건 아니지만, 직접 겪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낭시에선 없었는데 ㅠㅠ 첫 비자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다행히 복사기가 그 곳에 있어서 멘탈 추스리며 복사 하러 갔더니 터키 여자애가 많이 놀랐는지 손을 덜덜 떨면서 복사 하고 있었음ㅠ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 도와주는 맘씨도 참 고운 친구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 담당자가 내 담당자.

그런데 복사 해 가니까 이번엔 사진 찍어오라고;; 아 진짜 너무 짜증났다. 원래 대로 라면 사진은 한장이면 됐고 난 두장이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자꾸 나한테 왜이렇게 준비를 못해오냐고 따지는 마담에게 'convocation을 봐라. 난 임시체류증 하러 온거다' 정도 말하는게 다였다. 

 다행히 그날 동전이 충분히 있었고 (사진찍는 기계는 동전만 넣을 수 있음) 사진을 찍어갔더니 글쎄 그동안 자기 혼자 누그러뜨려졌는지 세상 다정...? 지킬앤하이드 실사판인가요? 같은 사람 맞는지? 싶었을 정도. 


 그리고 이어오는 충격은 무려 내게 3년치 체류증을 주겠다는것. 아...... 이러려고 그렇게 지랄 하셨나요 마담? 아니 그럼 그렇다고 처음부터 말 하던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통 구분은 안 갔지만 일단 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된다는, 아 아니지, 체류증 나오면 찾으러 한번 더 와야하지만, 어쨌든 이 짓거리를 3년간은 안해도 된다는 말이잖아? 그래, 일단 웃자. 햄버거도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 날 임시체류증을 받았고, 학교에 체류증도 잘 냈고 2주 정도 지난 후 12월1일에 체류증 찾으러 오라는 메세지도 받았다.

그날 수업은 있지만 다행히 하나인데다가, 출석 안부르는 수업이라 기쁜 마음으로 다녀올 예정이다.


12월1일에 찾으러 갔는데 알고보니 3년이 아닌 1년짜리고 막 어? 막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정말 3년 짜리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체류증 스토리는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프랑스에 살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기 때문에 체류증 카드를 손에 쥐기 전 까지 긴장을 늦출 순 없지만, 또 배운 다른 교훈이라면 '밑져야 본전'이기도 해서 맘 편히 갖고 기다리는 중 이다.


어쨌든 내 체류증 스토리는, "이방인 이지만, 괜찮아."(부제: 3년짜리 체류증이니깤! 낄낄!) 로 결말을 앞두고 있다!







이방인 이지만, 괜찮아2 (부제; 괜찮은 방 구해서 살고 있으니까.)


 내 방은 정말 딱 1인용인데, 아마 여기가..... 15~16미터 제곱이 안 될 듯 하다. 그치만 감사하게도, 아주 좋은 위치, 적당한 가격, 깔끔한 데코와 동선이라서 큰 복병이 없는 이상, 이를테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상황, 이 아니라면 파리 생활을 정리할 때 까지 머무를 것 같다.

그리고 이 사진은 지금 이 글을 쓰기 직전 찍은 내 서브 테이블!


▲넓지도 않은 방에 마련한 글쓰고, 공부하는 공간.



원래 공부하는 책상이 있는데, 그 책상은 책꽂이와 함께 있고, 바로 옆엔 벽으로 막혔지만 부엌이라 그런지 자꾸 쓸데 없는 것에 시선이 뺏겨서 여간 집중이 안된다.

해서, 모노프리에서 33유로 주고 사온 보조 테이블을 구비해서 창가에 놓고 사용중이다. 이 테이블엔 딱 필요한 것만. 책, 필기도구, 노트북 정도.

공부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아담한 정원이 보이는 쪽.


▲책상은 벽쪽에 들어가 있어 밥 먹을 만한 장소가 아니어서, 좌식 테이블만 있는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이렇게 밖으로 빼서 자리를 마련한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올 때 한시간이나 걸리는 우리집에 와준 친구 미루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집에 미루키라는 일본인 친구가 왔다. 아주 어렸을 때 프랑스에 와 살게 되어서 2개국어를 하는데, 작년에 학교에서 만났고 지금은 잠시 학업을 중단 하고 일을 하고 있다. 같이 학교 다닐 때 다방면으로 도움을 많이 줬던 친구인데 한번도 집에 초대를 못해서 늦게나마 집으로 초대했다. (불고기는 산건데 내가 했다고 뻥쳤음)



다음날인 월요일은 다행히 둘 다 쉬는 날이라서, 편하게 놀고, 먹고 수다 떨다가 미루키는 결국 늦게 집에 갔다. 한시간 거리라 빨리 보내줬어야 하는데 미루키가 일 시작 한 뒤로 6개월 만이라 너무 반가웠음!!! 집에 잘 도착 했다고 메세지가 왔으니, 안그래도 편하게 있었지만 더 편하게 있어야겠다.

체류증도, 미루키의 일도, 내 학교 생활도 더 잘 되길 바라며! 17년11월13일 일기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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