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 끝이라도 난줄 알았던 과거의 나를 파리는 비웃기라도 하듯

보.란.듯.이. 날 까주셨음.

금요일에 다시 와 ma chérie


▲파리 로망을 뿌셔뿌셔



체류증 신청은 다 끝났고, 체류증이 나왔으니 경시청으로 찾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날짜는 경시청에서 랜덤으로 뽑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 스케쥴은 1도 고려되지 않은 상황.

사실 별 문제 없이 갈 수 있는 날짜였지만, 당일 이러저러한 일이 생겨서 갈 수 없었다.

내 나름은, '자기네가 멋대로 정해준 날짜니까 하루 이틀 늦어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건 사실임.


그리고 오늘 (월요일) 경시청에 갔다. 벌써 몇번째 경시청 방문인지 싶다가도, 이제 오늘로 끝이구나 했었는데

아이고 이런, 내가 체류증 신청을 진행하던 cité univ가 아니고 métro cité 란다...

이름 너무 헷갈리는거 아니냐.

사실, 문자로 간단하게 안내된 거였지만 그동안 시테 유니벡시테에서만 했기 때문에 CITÉ 언뜻 보고 당연히 또 시테 유니벡시테 라고 착각함.



▲오후 두시


다행히 멀지 않아서 바로 메트로 시떼로 갔다.

시테섬에 있는 경시청에 처음 가보는 것도 아니라서 '아이고 빨리 해치우자' 했는데, 빨리 할수 있을 거란 내 생각은 경기도 오산~


▲끝없이 늘어선 줄, 결국 밖에서만 40분 정도 기다렸다.


보통 시테섬에 있는 경시청엔 줄이 짧은데 오늘은 유난히 줄이 길었다. 다른 사람들도 오늘따라 줄이 길다며 이상하다고 중얼중얼.

조금 있으면 시험을 보기도 하고, 공부도 많이 밀려서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갈까 싶었지만, 경험상 다른날도 이렇게 줄이 길게 예상이 돼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다른날에 와도 기다려야 한다면 지금 빨리 하고 끝내는게 낫다... 아니, 그런데 이럴거면 예약은 왜 해주는거야...?

오늘이 예약 날짜인 사람들도 여지 없이 기다려야 했음.


뒤에서 새치기하려는 중국인 견제하며 기다리기를 40분, 드디어 내 차례!!


▲파리 경시청


.......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요.

체류증 못 받았습니다 ^^

사람이 너무 많다고 헝데부를 다시 잡아줌...

아....쓰면서 또 열이 받네요.


겨우겨우 들어갔더니 그 안에서도 또 줄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총 2시간은 기다리게 된 셈. 

'그래도 마지막이야... 오늘 받으면 삼년동안 이 개고생 안해도 돼'

라고 위안삼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예약된 사람이 아니면 다시 헝데부를 잡아 준다는 것. 처음엔 헝데부를 잡아줄테니 다음에 다시 오던지, 오늘 두시간을 더 기다릴지 선택 하라는 것이다. 문닫는 시간이 가까워 오니 사람들을 추리는 듯 했다. 그렇지만 이미 기다린것도 있고, 다음에 다시 왔을때 안기다리라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내 앞에 열명 이하로 남았을 때라서 2시간이나 걸릴 것 같지 않아 기꺼이 기다리겠다 했는데 갑자기 또 다른 직원이 오더니 오늘 헝데부라도 잡고 가던지 아무것도 못 얻고 가던지 둘 중 하나라고. 그녀는 아주 친절한 말투였지만 아주 매정했다.


나-다른날은 안돼. 오늘도 겨우 온거고 지난주엔 학교 때문에 못온거야.

직원-이번주 금요일이나 다음주 수요일은 어떄?

나-그때는 시험이야(뻥...이지만 시험준비때문에 정말 시간이 없음 ㅠㅠ) 아예 내년 1월로 잡아줄 수는 없어?

직원-그때 플랜은 나한테 없는데.... 금요일 안돼?

나-그때 오면 안기다려도 돼? 나 진짜 시간 없어

직원-아마 기다려야 할껄?

나-그때 안기다려도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상관 없지만 나 오후에 시험이 있어 진짜 중요한거 알잖아...

직원-시험 몇신데? 

나-시험 오후야. 아침에 잡아주면 안돼?

직원-12월8일 괜찮아?

나-(오전이라면) 괜찮아.


이 대화 후에 가져온건 12월 8일 오후 2시 30분 예약.

후후

욕 ...욕... 아주 심한 욕.


정말 이해가 안가는게 한 두개가 아니다. 내 예약 날짜를 멋대로 잡아줘 놓고는 아무도 책임을 안지는것과 ( 기다림과 헛걸음은 왜 나의 몫?)

게다가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체류증 신청 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이름확인하고 경시청에 도착한 체류증 카드를 찾아주기만 하면 되는 아주아주 간단한 업무인데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또 예약날짜에 안온 사람들이 태반인데 왜 하필 나만? (만만하게 생겨서라고 짐작 해본다^^)

무엇보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예약을 새로 잡아주던지. 2시간 기다려서 고지가 코앞인데 약 올리는 거야 뭐야.


어쨌든, 예약 종이를 받아 들었을 땐 너무 힘들고 반박 의지도 상실돼서 그냥 (빡침의)눈물 꾹 참고 나왔다. 바로 KFC로 스트레스 해소 하러 감ㅋㅋㅋㅋ

먹는게 최고야.



▲센느 똥물! 예라이 퉤퉤! 파리 싫어! 파리 싫다고!




어쩜 내맘을 이렇게도 잘 대변하는지 파리 날씨는 우중충하고 센느 물 때깔은 그 어느때보다 제일 더러웠음 ㅋㅋ



▲KFC DUO Menu


14분간 시테 경시청에서 분노의 파워워킹으로 KFC까지 가서 당당히 2인분에 치즈볼까지 추가 

혼자 가서 으적으적 잘도 먹었다. 





▲하클렛 치즈 볼


하... 이와중에 맛있었음 




그래도 겨울이 오긴 왔는지 날씨가 쌀쌀 했는데 쌀국수가 아닌 기름진 무언가가 먹고싶었다. 귀신같이 정확한 생체리듬







▲퍼지 핫 초콜릿

(먹다 뱉은거 아님)


원래는 얼른 집이든 도서관에서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잠깐은 진정좀 하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싶어서 카페로 들어왔다.

(KFC는 그냥 배만 채웠나봄)




덕분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도 쓰고, 또 그 사람들이 체류증 안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좋게 생각해보자.

결국 이번주 금요일에 다시 가게 됐지만, 그땐 정말 체류증 스토리가 끝나길 바란다.


카페도 문을 닫을 시간이라 딱 한잔만 더 하면 기분이 정말 풀릴 것 같은데 (술아님. 커피임 커피) 집에 가야겠다.

집에 가서 오늘 못한 공부를 해야지.

빨리 가서 안하면 또 졸려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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