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독일 아니랄까봐

춥고, 군더더기 없고, 맥주가 기깔남.






벌써 수개월이 지난 여행이라 너무나 기억에 의지하기 때문에 맘같아선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지만, 그러다간 영영 마무리를 짓지 못할 것 같아서 두번 만에 결말 지으려고요! 안그러면, 말을 쥐어 짜야 하는 압박에 두고둬도 못 할 것 같은 예감. 나는 나를 잘 알아.


TMI : 그래서 요 근래 자주 되새기는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돼. 완성을 하는게 더 중요해.' 

.........잘 할 생각 하지 말고 하기나 하자는 것 입니다 꺌꺌.




▲포르쉐 박물관.


외관, 내관, 디스플레이나 기념품 샵 까지 사람 마음 불지르는 방법 매우 잘 아는 것 같은 벤츠 박물관과는 달리 포르쉐 박물관은 '전시 하고 싶은 오브제가 있고, 공간이 있어서 뮤지엄을 만들었다.' 가 포르쉐 박물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사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거 없다고, 벤츠 뮤지엄은 뭔가 휘황찬란, 으리으리 하긴 한데, 뭐 이리 설명이 많고, 소개가 많은지. 그에 비해 포르쉐는, 다섯 걸음만 떼도 알차고, 동선도 좋아서 괜한 에너지 소비도 덜어주고, 또 포르쉐에 타서 (게다가 신형)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실속까지 챙겨주는 정말이지 독일스러운 박물관! 


덕분에 머무는 시간은 비교적 짧지만 벤츠에서보다 더 많이 배워가는 느낌이 들었더랬다. 또 카페테리아에 카푸치노가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아직도 기억할 정도 ㅋㅋㅋㅋㅋ 


역시,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스포 하고 싶지 않으니까 게시는 안할게요. 귀찮기도 하고요 키키



▲파리에도 던킨 생겼으면....


포르쉐 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어째서인지 배고파서 눈 돌아가기 직전에 식당으로 가는 중 이었지만 던킨을 발견했으므로 하나 먹읍시다.

파리엔 던킨 없다고요. 먼치킨 너무 먹고 싶고 커피랑 도넛 같이 먹으면 진짜 인생 살 맛 나는데 말이죠. 사실 한국에서 그렇게 잘 먹지도 않지만 여행 왔으니 하고싶은거 다 해야지. (소박)








그리고 혜진님과 남편분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레스토랑. 분위기 캐쥬얼 하고 너모 좋고요, 서버분들 너무 친절하셨고, 팁이 그냥 절로 나와버릴정도로 너무너무 친절하셨던 직원분들. 아쉽게도 첫날은 고대하던 슈바인 학센이 품절이라 다른 맛있어 보이는 메뉴를 골랐는데 대성공 ! 이름은 까먹었지만... 학센만큼 유명한 독일 전통 음식으로 기억 한다. 기억력 뭔데; 

양이 많다고 들어서 메뉴 하나 샐러드 하나 시켰는데 딱! 괜찮았다. 

아, 그리고 추천 받아서 마셔본 맥주 ! 지역 맥주라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너무 맛있어서 각 2잔 하였습니다. 아..... 너무 좋아.....


▲오예에요 오예


▲맥주오예


▲음식 오예




첫날 먹은 메뉴들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학센을 못 먹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다시 가서 학센이랑, 이번엔 또 다른 메뉴를 시켜봤는데 왠일이야. 

둘 다 너무너무 맛있다. 맛있다는 말이 참 괜한 말 처럼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다. 이미 프랑크푸르트에서도 학센을 먹어봤고 그때도 맛있다며 먹었는데, 여기서 먼저 먹었다면 그때 그 학센은 반도 못 먹었을거야 ㅠㅠ.

사진으론 왠지 작아보이지만 크기도 크고, 막 그냥 너무 맛있다... 냠냠 또 먹고싶다.

그리고 추운 날 딱 좋았던 삼삼한 버섯스프와 파스타 (계란이랬나...?) 


하... 그런데 식당이름 뭔지 기억이 없음 ^^
아마... 맥주잔에 써진게 단서가 될 수도 ? ㅎㅎ...

▲힐링푸드 오예 ㅠㅠ























3박4일 일정 중 3일 째 되는날.

1일 벤츠 + 저녁식사 초대

2일 포르쉐 + 레스토랑

요 일정을 마치고 나니 3일째엔 사실 딱히 할 게 없었다. 날이 따뜻하다면 그저 아무자리건 자리 깔고 누워서 하늘이라도 볼텐데, 때는 1월, 게다가 비도오고. 그렇다고 방 안에만 있자니 아무리 내가 집순이라도 여행와서 그럼 안되지. 


그래서, 은근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이번이 아니면 언제 오나 싶어서 메칭엔 아울렛 시티에 갔다 ! (큰결심)

한.... 삼십분정도. 슈투트가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곳으로, 마을 전체가 아울렛 !

파리 외곽에도 라발레빌라쥬 라는 아울렛이 있어서 별 기대는 안했다. 말이 아울렛이지 명품인지라 아무리 세일을 해도 내 수준엔 너무 비싼데다가 아울렛이다 보니 좋은거, 예쁜거는 다 나가고 없기 때문에, '그런곳이 있다더라' 라며 관광차 간 셈 이였다.

.....가...... 지갑 사왔다.

예...



▲옴마야. 지갑삼;



▲진짜 거부하고싶은데 손에 착 감기는 감촉


▲작지도, 크지도 않은 실용적인 아이템.


▲유로를 쓰는 나라에선 필수인 동전지갑 일체형...! (의미부여)






이럴거면 '이제 내 인생에서 가죽 아이템은 없어!' 말이나 말지...... 정말이지 예산도 그렇고 지갑을 살 필요도, 이유도 없는데 그만 외관에 반해버려서 지갑을 만지작 만지작... 가격은 135유로. 원래 가격의 거진1/3 가격이면 사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보세 가죽지갑을 여태 잘 쓰긴 했고 걔도 고르고 고른 저렴하지만 가성비 좋은 지갑인지라 굳이 살 필요가 없는데.... 맘 한편으론 '내가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명품 마크가 금장으로 박힌 지갑을 갖을 수 있을까...?''어차피 가죽 아이템 잘 사지도 않는데 한번쯤은....아... 동물들아 미안해.... 나도 어쩔수 없는 허영심 쩌는 닝겐인가봐...'


못봤으면 몰라도 본 이상, 카드에 적자는 좀 나겠지만 나... 원래 이런거 한번 사면 엄청 오래 쓰긴 하니까... 라며 합리화 끝에 샀다.

'내 인생에서 구스다운 패딩은 없어!'는 다행히 아직까지 지키는 중 (은 르꼬끄 프랑스 국대 패딩 뭔데 이렇게 예쁘냐;'



의식의 흐름이 자유분방 하지만, 요약하자면, 기회가 되시면 꼭! 가보세요. 명품 뿐 아니라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웨어, 용품도 상설아울렛이다 보니 꽤 건질것이 많았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참... 총알 장전 해가는건데....띠로리...








마지막, 기차 타러 가는 날.

드럭스 스토어 쇼핑을 즐기자.



▲데이/나이트 치약. 

처음엔 너무 신박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ㅎㅎ



▲에탄올 (?) 들어있는 향균 물티슈.

요것만 열개 넘게 쟁여옴.

파리에 산다면 너무 필수템인부분.

게다가 개당 1유로도 안하는데 용량 낭낭쓰



▲왼쪽 제꺼 아님. 오른쪽만 제꺼+치약 하나





물티슈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너무 좋아서 독일 갈 수 있으면 또 엄청많이 사올거다! 비위생적인데에 둘째라면 서러운 파리에서는 너무너무 꿀템이지만, 정작 파리엔 이런 신박한 아이템은 그저 의약용품으로 엄청 비싸고 또 구하기도 어렵다. 다들 어디서 사왔냐는데... 독일이에요 ㅠㅠ 뭐, 한국이었다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낱개 포장 된 소독용 에탄올을 적신 물티슈 아주 저렴하게 파는데, 여긴 파리니까...






























독일 기차와의 악연.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에피소드라면 단연 이것. 프랑크푸르트에서 올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또 열차가 취소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이랬다. 시간보다 30분 앞서 기차 역에 도착 해서 더위도 식힐 겸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씩 하고 시간 맞춰 플랫폼으로 갔더니 묘하게 조용한 느낌. 음? 이때쯤 사람들로 바글바글 해야 하는데요...? 다른 플랫폼은 그런데 우리 플랫폼만 요상하게 조용했다. 


뭐.... 파리에 안가나보지 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출발시간이 다 되도록 사람들이 많아지긴 커녕 줄어드는 것 이었다.

알고보니, 파리행 기차는 취소 되었다고 방송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독일어와 독일어 악센트 섞인 영어로 나오는 안내방송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기다렸던 거다. ㅎㅎㅎㅎㅎㅎ 참....철딱서니들. 


사실 그 전날 하이델베르크에 친구 만나러 갔다가 다시 프푸 돌아오는 플릭스 버스도 5시간 연착이라길래, 이럴거면 버리고 기차 타자! (오, 결단력~) 하고 살짝 고비를 넘겼는데... 또 다시, 게다가 이번엔 캔슬이 되다니!


어쨌든 허둥지둥 인포에 갔더니 다음 기차 스케쥴을 주면서 티켓부스에 가서 바꾸라길래 '아, 뭐, 괜찮나보다.' 하고 갔더니 이게 웬걸, 인포에서 새로 준 기차 시간은 다가오지, 아무리 기다려도 내 번호표 차례는 안오는 거다. 어찌저찌 기차시간을 5분 정도 남기고 내 차례가 됐는데 ....참.... 인포에서 발급해준 그 기차는 이미 자리가 다 찼다고. 그래서...그럼 어떡해? '자리 찼어' 아니... 그러니까 그럼어떡..'자리가 없어' 만 몇차례 반복.

아, 일단 이 아저씨는 말이 안통한다. 기차는 떠났고 (자리가 없고) 이 사람은 이에 대해 어떠한 보상 또는 해결책 따위를 줄 생각이 없어보인다는 결론이 서서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친구는 약간 (많이) 당황한 듯 했고 난 ㅋㅋㅋㅋ 사실 프랑스에서 이보다 더한 경우 숱하게 봐서인지, 살짝 체념 상태 ㅋㅋㅋㅋ 바로 플릭스 버스, 이지버스 등등 파리 가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ㅋㅋㅋ 그런데 그마저 막차가 떠난 상황 ㅠㅠ 이쯤되니 나도 살짝 빡쳤다.

호텔로 또 쌩돈을 날리긴 싫은데.....


동시에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났던 초중학교 동창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 했고, 친구는 이런 경우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 해 주었다. 

(기차 캔슬로 한시간 뒤 기차를 탈 경우 25% 환불, 두시간 뒤면 50%환불, 당일 못가면 호텔 제공 ) 

다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서 다른 직원에게 캔슬된 기차표를 보여줬더니 다음날 아침 기차표를 발권해주었다! (보고있냐, 첫번째 직원 아저씨 ??)

음.... 그런데 호텔 이야기는 먼저 하지 않길래, '그런데 호텔은 제공해주지 않는거에요?' 하고 말을 했더니 그제서야 필요하면 해주겠다며 호텔바우처를 주었다 ! 다시 이것을 인포에서 확인하고, 기차역 바로 옆 호텔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새벽 기차를 타고 파리에 오게 됐다는 story☆★☆★☆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경우 내가 먼저 말 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먼저 보상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불편하고 민망스러워도 꼭! 권리를 주장하도록 하자 !! 요 !!


그나저나, 이 모든걸 영어로 다 했다.

위기를 한번씩 겪으면 언어 레벨 업 ! 





그리고 슈투트가르트에선 조금 더 노련했다. 후후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역에 일찍 도착해서 (기차든 버스든 비행기든 놓치는거 너무 극혐하고 질색이라 보통 한두시간 전에 가서 기다림 ㅠㅠ 평소에 학교나 지각하지 말것이지...;;) 근처 카페에서 맛있는 빵도 먹고 초코우유도 먹고 책도 읽는 시간을 보내고 이십분 전에는 역으로 가서 미처 못 산 기념품을 사고 플랫폼으로 갔더니 ! 이게 뭐야...! 기시감이 드는 풍경 ! 오? 나 이 장면 봤는데 ? 데자뷰 ? 


껄껄껄 파리행 열차가 또 다시 취소! 

자, 이럴때 당황하지 말고, 난 인포에 줄 설게. 넌 티켓부스로 가 ! 여기서 또 솔드아웃 되면 파리에 내일 가야 된당!!!!!!!!!!! 


또 한번 해봤다고 스피드가 생명인건 알아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고요. 껄껄껄 

덕분에 재발권 스무스하게 됐고 당일 파리 직행은 너무 늦어서 경유하는 루트로 파리까지 무사히 도착 했습니다.


그!런!데! 

티켓 발권 하고 또 직원이 프푸때처럼 아무말 없길래 먼저 물어봤어요.

'이렇게 취소되면, 환불해주는 거 있지 않아요?' 했더니 그제야 신청서를 주네요...^^ 프랑스에 비하면 이렇게라도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있는게 참 고맙긴 하지만, 모르면 못 받고 알고도 말 안못하면 못받는건...너무 양애취 아니냐...


뭐, 그렇긴 해도, 신청서 받아서 이것 저것 기입하고 (원래 기차시간, 변경 기차시간, 날짜, 출발지 도착지 열차 번호 등등) 직원에게 줬어요.

주면 땡큐고... 안주면 어쩔 수 없으니 잊고지내자 했는데, 한달 안돼서 계좌에 35유로  들어와 있더라고요 !


25퍼센트 환불이다보니 적다면 적은 돈 이지만 내 권리를 주장해서 받았다 생각하니 너무 좋았습니다.

근데 의식의 흐름 모냐; 말투 왜 바뀜 ㅎ?



여하튼 이렇게 취소가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매표소로 먼저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포에서 아무리 발권 해줘도 어쨌든 매표소에서 해결 해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물론 이런일이 없는게 제일 좋겠지만요 !



▲새로 발급 받은 바우처


ㅎㅎ 독일에 딱 두번 갔는데 두번 다 기차가 취소 됐고, 어쨌든 해결하고 나니 안좋은 경험이라기보단 자랑거리 내지는 추억이 생긴 것 같아 좋긴 하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에선 덕분에 엑스트라 여행을 더 하게 돼서 친구랑 긴장감 좀 내려놓고 펍에서 맥주 한잔 하며 긴 대화를 나눴던게 너무너무 감사한 기억으로 남았다.

오, 그러고보니 나 꽤 긍정적이잖아 ??


키키 근데 사실 해외생활이란, 긍정적으로 살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가! 없어요.

모든 불의에 다 저항 하다간 남아나지 않는 것..... 적당히 덮어두고 적당히 좋게 생각하며 넘겨야 롱-런 하는 것.



아이고, 졸리긴 한가보다. 별 얘길 다 하고.

어여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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