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9시간만에 파리로 COME BACK !




일전에 한번, 파리-런던-도쿄-인천 루트로 집에 간 적이 있다. 그땐 일본에 있는 친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목적이 커서 직항 가격에 맞먹는 가격으로 두개의 도시를 경유했었다. 당시에 Nancy에서 살때여서 일단 전날 파리까지 기차를 타야했으므로 사실 3개도시 경유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파리 아침 비행기여서 전날 공항에 먼저 왔는데, 밤기차+아침비행기 라는 아주 애매한 스케쥴로 호텔도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샤를드골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했고 (당시 감기몸살 심하게 앓는중이였음!) 도쿄에선 21시간 스탑오버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아주 잘 놀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또 밤을 샜다. 친구와 함께 밤을 새면서 수다도 떨고 아주 즐거운 기억이지만 내 컨디션은 바닥을 쳤고. 결국 인천 들어가는 비행기에선 (비상구 앉은 주제에) 식은땀을 좔좔 흘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지고는 정말 기절 직전의 몸상태로 가족의 품에 안겼다...... 아...... 이후로는 두번다시 이런 미친 스케쥴로는 경유하지 않겠다 천번만번 다짐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실수를 반복하지.




파리 12h10 - 뮌헨 13h35 (2시간45분 대기) 뮌헨 16h20 - 인천 09H 40 


... 여기까진 나쁘지 않은 스케쥴이다. 겉으로 보기엔.

하지만 내 나라 가는 길이 왜 그리 힘들어야 했을까...? ㅠㅠㅠ


파리에 거주중인데도 나는 이번에도 샤를드골에서 노숙을 해야만 했다. 한국에 들어가 있는 기간동안 파리 집을 단기임대 내놓기로 했는데 빌리시는 분이 출국날 전날 들어오셔서 1박을 호텔 예약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예기치 못한 일들이 겹치면서 모든 일정이 다 꼬였고 뜰 새 없었다. 도저히 시간이 없었던지라 결국 호텔 예약에 실패 했다...ㅠㅠㅠ

밤이 돼서야 일정은 끝났고 이제와서 호텔을 예약하자니 원래 예약하려던 곳들의 가격은 두배로 올랐고...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택시말곤 공항에 방법이 없는데 평소라면 40유로면 갈게 100유로로 껑충 뛰었더랬다150유로 아끼려고 죽음의 경유를 택해놓고 택시비+호텔로 200유로 가량을 써야할지도 모르는 맘아픈 상황에 놓였지만 밤을 위에서 지새울 없으니 안전 값이다 생각하고 얼른 호텔 잡기로 빠른 결정을 내렸다. , 그래, 이왕 쓰는거 애써 공항까지 가지 말고 파리 시내 좋은 곳으로 가자며 일단 호텔 많은 성라자 기차역으로 갔는데 웬. 모두 꽉 차서  빈방이 없다고 ㅠㅠ


때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무려 프랑스 결승진출의 . 안그래도 안전하지 않은 성라자에 결승진출의 흥분감으로 자정이 넘었는데도 거리엔 미친 축구팬들이 난리를 있고. 인적이 드문 보다는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말그대로 미친 사람들이 거리에 뛰쳐나와서 크락션 울리고 술취해 소리 지르고 아주 난리 난리 그런 난리 없네. 덕분에 쓸쓸하지 않게 호텔들을 살피고 있었는데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3성급 호텔의 직원이 찾느냐며 말을 물어왔다고급 방까지 모두 만실에 자기가 도울 있는 일이라고는 공항까지 무사히 방법을 찾아주는 일 이라며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던 모습... 물론 대중교통 알아봐주시려구.


그치만 그분의 인맥보다 시티매퍼 어플이 빠르다구 ^^!

<여러분 시티매퍼 안써요...? 요번에 한국에서도 보니까 다들 불편해하면서 굳이 네이버 지도 쓰던데.... 시티매퍼 개짱이라굿...>


사실 이미 자정이 넘어버렸기 때문에 교통편이 있으리란 기대를 했던건 아니다. 그저.. 아저씨가 너무 열심히 찾아주시길래 나도 그냥 찾는 시늉을 하려고 어플을 켠건데 너무 의외로 12호선 종점쯤에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녹턴버스가 무려 새도록 있었던 거다. 다시 공항 리무진 시작하기 까지 !

공항 리무진이 종료 돼서 울며 겨자 먹기로 호텔 가려고 한건데 녹턴 덕에 위기를 모면 했다. 뭐 내가 샤를드골 노숙이 처음인가? 아니, 적어도 성라자 길 위보단 공항이 이백배 낫겠지. 후후... 게다가 나비고 교통카드도 있었기 때문에 교통비도 굳는다는 .

그렇게 바로 다시 12호선을 탔 종점방향 가는 길에 친구도 사귀고 (그놈이 짐도 들고) 지하철 빠져나오자 마자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탑승하고 공항으로 ! 아주 스무스 하게 진행 됐다.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2시쯤. 공항엔 여행객들도 많았고, 서너시쯤 되 공항에 불도 켜지고 사람들이 제법 많아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새벽 5시쯤 6시쯤 되니 공항 스타벅스가 영업을 개시 했고 덕에 커피를 연달아 두잔 마시며 잠을 쫓고는 10시쯤 부치고 게이트를 통과 했다. 뒤론 순탄하게 한국에 도착했지만 그래도  과정이 너무나 고달팠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돌아오는 스케쥴이 더 빡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가는 밤비행기 기다리는 중.




14h20 인천 출발(11시간40분 비행)-19h 프랑크푸르트 도착

21h15 프랑크푸르트 출발(1시간 비행)-22h10분 뮌헨 도착 (11시간 대기)

다음날 9h25분 뮌헨 출발

10h55분 파리 도착.


요약 하자면 두번의 환승과 3번의 비행, 11시간 40분짜리 장거리와 11시간 짜리 대기.


그리고 더욱 골때리는 사실은, 고작 20만원 아끼자고 이런 무모한 짓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장본인이 나라는 것. 과거의 나야.... 왜그러는 거야...

하지만... 티켓을 예매할 때는 그 20만원이 얼마나 커보이던지. 

근데 다 지나고 나니 지금도 커보이는건 뭘까. (ㅋㅋㅋㅋ) <-이래서 자꾸 이런짓을 하는건가....ㅠㅠ

하지만 정말이지, 이 20만원 아끼자고 11시간 대기를 선택하는 바람에 호텔도 예약하지 못했다. 

왜냐면 공항 근처 호텔이 10만원인데 (ㅋㅋㅋ몰랐음. 바보임.) 그렇게 되면 내가 애써 이런 루트를 선택한 보람이 반절이나 깎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또 노숙을 하자니 너무 끔찍함ㅠㅠ 하지만 다행히 뮌헨은 노숙하기 좋은 공항이라는 것과 샤워실도 있고 또 캡슐 호텔도 있다는 것이다 !!!

오예!!

대~충 검색을 마치고 일단 걱정은 접어두기로 하고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뮌헨까지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항에는 벌써 노숙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이 아주 많이 보였다. 게다가 캡슐호텔은 찾기도 쉬워서 한번도 헤매지 않고 쭉쭉쭉~~ 


▲뮌헨공항의 napcabs 캡슐호텔


▲정보입력과 시간선택, 결제


▲밖에서 본 호텔 모습


▲조명모드와 라디오 등을 설정하고 남은시간과 퇴실시간을 표시하는 화면



▲밤새기 식량!







▲여러가지 조명 모드 중 취침모드.

하지만 취침엔 칠흙같은 어두움이 최고이니라.








노숙하는 여행객이 많은 반면 캡슐 호텔은 딱 두개밖에 없다고 해서 이용을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 했는데 다행히 두 방 다 비어 있었고, 간단한 개인정보와 시간 선택, 비밀번호 설정, 카드 결제(아마도 보증금 30유로 있음) 후에 방에 들어가보니 세상 너무 깔끔하고 정리도 잘 돼 있고 가격대비 너무 괜찮았다리 

가격은 시간당 10유로. (낮동안엔 15유로) 최소1시간~ 최대 4시간 선택 할 수 있어서 나는 4시간을 선택했다. 

여름이라지만 이제 밤에는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침대 이불속에 누우니 세상 행복해진다. 모든 불을 다 끄고 암실로 만들어놨더니 정말 까득 잠이 들었다. 불현듯 깨보니 벌써 4시간이 다 지났는지 알아서 방이 환하게 점등 됐고 나도 자연스레 깰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비행기 기다리면서 볼 e book도 충전이 완료 됐고. 시간은 약 3시쯤. 이제부턴 밖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밖에 나와보니 샤를드골과는 다르게 불이 환하고 직원들도 계속 돌아다니고. 전혀 걱정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살짝 경계심을 풀고 책을 보며 시간을 떼우다 보니 벌써 6시. 공항 내 카페가 개시를 했길래 갈까 싶었지만 게이트도 열렸으므로 미리 통과 했다 ! 

아, 그나저나 뮌헨은 짐검사가 매우 철저해서 시간이 꽤 걸리니 경유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촉박 하다면 양해를 구해서라도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새벽 밖에 안됐는데 게이트 안에 있는 식당이나 상점들이 벌써 영업을 시작 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

여기저기 구경 하다가 딱히 할게 없어서 읽던 책을 마저 읽으러 네스프레소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 보딩 하는 곳에서 대기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들리는 프랑스어 대화 소리에 내 목적지와 좀 더 가까워 졌음을 실감 했다. 모두 나와 같은 곳을 가는 사람들 일 것 이다.



이런 고생을 하며 오는 것도 아마 내가 이번엔 짐도 적었고 무엇보다 관광이 아니라 체력 관리 할 필요가 조금 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 평을 말하자면... 은근히 할 만 했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인 것 인가....껄껄껄.....

캡슐 호텔에서 쉰 그 꿀같은 4시간 덕에 파리에 도착 해서도 몸살 한번 안났고 파리 생활을 잘~ 찾았다.


 도착해서 꼬박 2틀은 집 밖으로 일절 나가지 않으며 쉬다가 이제서야 밀린 일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월세내기 라던지, 장보기 라던지 또 짐정리까지. 


한국 가기 전에 인화했던 필름사진들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티비 프로그램 하나 켜놓고 한장한장 스캔을 마쳤다.

아! 그리고 물감도 샀다.

요즘 문득 수채화를 그려보고 싶어서.


그림은 의무교육 마치고 처음인데, 나같은 똥손에선 어떤 선이 나올지 나조차도 기대 된다. 끌끌끌

나 같은 사람이 물감에 무려 35유로를 투자 했으니 의미는 거두어야 할텐데.






이렇게 나의 '환승기'를 마친다. 다음번엔 그냥 20 더주고 직항 타면서 차라리 마일리지나 쌓는걸로. 작년 직항 참 좋았는데... 이젠 더이상 미련 떨지 말아야지 (나이생각도 하고 좀 그래 서희야.)





오늘은 좋은 노래 들으면서 그림이나 그려 보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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