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조금씩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 아프고, 피곤하고. 3년 넘게 쓰던 핸드폰의 액정이 순식간에 박살 나고, 카드는 막히고

더 이상 언급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나서 '힘들다... 힘들다...' 되뇌고 있던 와중에 오늘은 잘 쓰던 헤드폰을 잃어버렸다.

 

고스포츠에서 레깅스를 입는다고 캐비닛 갔다가 그대로 두고, 그것도 모르고 좀 더 둘러보다가, 계산도 하고 나와서 다른 매장 들어갔다가 알아서 바로 뛰어갔는데 없어졌다. 프랑스에서 물건 털린 게 처음은 아니지만 당할 때마다 뒤통수 얼얼...

십 분도 안돼서 돌아간 건데, 뭐, 없어졌당 ㅎㅎ

찾을 수 없다는거, 나도 직원도 알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게 없고. 한국이면 감시카메라도 돌려보고, 연락처라도 남겼겠지만, 아니, 그전에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ㅋㅋ 프랑스에선 그런 게 통하지 않지. 심지어 캐비닛을 지키는 직원한테만 물어보고 다른 직원들한텐 물어보지도 않았다. 찾을 가능성? 콩알만큼도 안된다. 그냥 잊고 나오는 게 최고다. 물론 요새 이런저런 일에 스트레스가 차올랐던 터라, 갑자기 어깨도 딱딱하게 뭉치고, 어제부터 시작한 생리통도 더 고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뭐. 원래 일정대로 빨리 신발을 사고 학교 도서관에 가는 수밖에? 거기서 그거 찾는다고 헤매도, 찾을 수도 없고, 결국 내 시간만 흘러가고.....

멘탈이 강해졌다고 해야 하나, 포기하는 법에 익숙해졌다 해야 하나...

 

그래도 그 착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공부 준비도 하고, 수업에 갔더니 지난주까지 제출한 과제 결과가 나왔다.

점수는 12점!!! 오예!!! 되게 걱정 많았던 수업인데, 첫 번째 시험은 7점을 받아서 통과는 글렀구나...^^ 하던 와중에,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몇 주 뒤 제출한 과제가 결실을 맺었다....! 물론 통과를 하려면 다음 주에 있을 시험은 11점 이상이어야 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되지만, 나름대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아서 신이 난다.

 

무엇보다 더욱 신나는 건, 처음 7점 받은 시험 피드백 때는 나도 궁금한 게 많았지만, 교수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조언을 주느라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이번에는 '다음 주 시험 때 이렇게만 하면 돼!'라고 하셨다! 물론 완벽하단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좋다!

 

이 과제를 잘 해내고 싶어서, 정말 많은 자료조사를 하고, 밤을 새우고, 웬만한 영화관 에서는 더 이상 상영하지 않는 영하를 보느라 밤늦게 샤틀레까지 가서 보고 오고, 또 바로 정리하고... 했던 시간들이, 당시에는 확신이 없어서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었는데.

사실 이 수업은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까지도 통과를 못해서 재수강을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더 부담이 많았다.

12점은 사실 다른 프랑스인 친구들에 비하면 잘한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한 점수이긴 하지만 너무 뿌듯하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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