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공 시험은 끝이 났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아주 절망적인 느낌은 아니니 한시름 놓겠다.

(나는 내 감에 아주 충실한 편이다. 잘 틀린 적이 없다.)

전공은 끝났지만 아직 교양에 해당하는 필수 과목들이 남았으므로 휴식 없이 시험 준비를 이어나가야 한다.

... 라기엔 사실 좀 쉬었다 어제, 오늘.

 

 

지난 수요일에는 엄청 큰 강의실에 거의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험을 봤다.

출석체크가 따로 없는 수업이기 때문에 실제 수업에 오는 학생들은 50명 남짓이지만 시험 보는 날엔 다~들 온다.

나는 두시간을 꽉 채워 문제를 풀었다. 총 다섯 문제 중에 한 문제는 나름대로 답을 썼지만 확신은 없고 다른 두 문제는 반은 꽤 썼지만 반은 답 하지 못했다.

수요일에 본 시험에서는 거의 맨 앞자리에 앉아 시험을 봤는데, 거기서 애들이 시험지를 제출하는걸 계속 봤다.

다들 네페이지는 거뜬히 채웠더라.

나는 세페이지도 안되는데..... 다들 뭘 그렇게 아는 게 많을까? 다들 수업에 안 오는데 어떻게 저렇게 쓸 말이 많을 수가 있지?

나도 나름대로 준비 했는데 나는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저 애들과 많이 다르겠지...? 하는 생각에 잠겼다.

시간도 많이 남았고 억지로라도 쓰고 싶은데 쓸 말이 없었다. 지어낼 수도 없고... 

몇 점이나 나오려나 궁금하면서도... 아쉽고

 

어제 본 시험 에서는 맨 뒷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이번엔 시험을 보면서 애들을 구경했다.

물론 다들 서너 페이지는 기본으로 채우는데 근데 이번엔  나도 그랬다. 거의 네 페이지 다 채우고, 사실 시간만 많았다면 여섯 페이지도 채웠을 거다.

써야 하는 건 너무 많았는데 시간이 없었다. 아직 반도 못했는데 시간이 이십 분도 안 남았다. 잘 보고 싶어서 준비도 나름 했는데.

솔직히 최선을 다했다곤 못하겠다. 이번 시험은 정말이지 꼭 잘 봐야 하고 잘 볼 수 있었는데 준비를 열심히 안 했다.

지금도 이런데 학년이 올라가면 나아질까? 수업은 더 힘들어지고 어려워질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배움은 즐겁지만 충분히 못 따라가는 내가 바보 같아 무기력해진다. 아니, 애초에 내가 노력을 하면 할 수 있는 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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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교체

핸드폰 개박살 났음

사진도 엉망으로 찍히고

그냥 구림 다 구려버림 갈아치워 버릴 거야

 

잔디 위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기

옷은 망가져도 상관없는 옷을 입고 돗자리도 깔지 않은 채로 잔디 위에 앉거나 누워서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한잔 우려 가지고 가서 홀짝홀짝 마실 거임

심장이 두근거릴 때마다 한잔씩 마실 거라서 카페인이 든 음료보단 보리차 같은걸 준비할 거야

이건 시험 끝난 그 날 해야지.

 

다리가 뻐근해지고, 그다음 뜨거워지고 이내 풀려버릴 때까지 달려야지.

솔직히 야외 러닝은 좀 번거로우니까 salle de sports로 갈 거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머릿속이 하얘질 때까지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지.

 

한글과 종이로 된 책을 읽을 거야. 이해가 안 돼도 그냥 줄줄 읽을래.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따금 따끈한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그렇게 있다가 잠들래...

 

 

 

 

조급해지지 않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언제쯤 나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을까. 언제쯤 나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까.

 

 

오늘은 정말이지 마음속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여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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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지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남의 속 모르고 쉽게 뱉은 말들이나, 타인의 생활수준이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어학 실력 같은 것들.

나도 이곳에 지낸 지 꽤 되는데 어째 현지 친구도 별로 없고, 말이 능숙하게 나오지도 않고 멋대가리 하나 없는 이방인으로써 살아가는 것을 절실히 느낄 때.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리는 해외 거주자로서의 삶과는 천마일 정도 먼 나란 사람은 참 안타깝기도 하고 뭐 바보 같기도 하고.

음... 나도 열심히 하는데 나름대로. 왜 이렇게 맘 같지 않은 걸까.

 

너무 부족한 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냥 내 속도를 지키면서 내 방향으로 나가면 되지 않을까.

내가 몇 년 전 어학으로 울고 아프고 했던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결국 너는 해냈으니까 너무 겁내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너 자신을 학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래서 나는 안다. 

한 십 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러 와준다면 분명히 

너 잘하고 있다고. 힘든 거 안다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해줄 거라고.

 

 

 

 

 

 What though life conspire to chea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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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조금씩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 아프고, 피곤하고. 3년 넘게 쓰던 핸드폰의 액정이 순식간에 박살 나고, 카드는 막히고

더 이상 언급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나서 '힘들다... 힘들다...' 되뇌고 있던 와중에 오늘은 잘 쓰던 헤드폰을 잃어버렸다.

 

고스포츠에서 레깅스를 입는다고 캐비닛 갔다가 그대로 두고, 그것도 모르고 좀 더 둘러보다가, 계산도 하고 나와서 다른 매장 들어갔다가 알아서 바로 뛰어갔는데 없어졌다. 프랑스에서 물건 털린 게 처음은 아니지만 당할 때마다 뒤통수 얼얼...

십 분도 안돼서 돌아간 건데, 뭐, 없어졌당 ㅎㅎ

찾을 수 없다는거, 나도 직원도 알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게 없고. 한국이면 감시카메라도 돌려보고, 연락처라도 남겼겠지만, 아니, 그전에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ㅋㅋ 프랑스에선 그런 게 통하지 않지. 심지어 캐비닛을 지키는 직원한테만 물어보고 다른 직원들한텐 물어보지도 않았다. 찾을 가능성? 콩알만큼도 안된다. 그냥 잊고 나오는 게 최고다. 물론 요새 이런저런 일에 스트레스가 차올랐던 터라, 갑자기 어깨도 딱딱하게 뭉치고, 어제부터 시작한 생리통도 더 고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뭐. 원래 일정대로 빨리 신발을 사고 학교 도서관에 가는 수밖에? 거기서 그거 찾는다고 헤매도, 찾을 수도 없고, 결국 내 시간만 흘러가고.....

멘탈이 강해졌다고 해야 하나, 포기하는 법에 익숙해졌다 해야 하나...

 

그래도 그 착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공부 준비도 하고, 수업에 갔더니 지난주까지 제출한 과제 결과가 나왔다.

점수는 12점!!! 오예!!! 되게 걱정 많았던 수업인데, 첫 번째 시험은 7점을 받아서 통과는 글렀구나...^^ 하던 와중에,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몇 주 뒤 제출한 과제가 결실을 맺었다....! 물론 통과를 하려면 다음 주에 있을 시험은 11점 이상이어야 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되지만, 나름대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아서 신이 난다.

 

무엇보다 더욱 신나는 건, 처음 7점 받은 시험 피드백 때는 나도 궁금한 게 많았지만, 교수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조언을 주느라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이번에는 '다음 주 시험 때 이렇게만 하면 돼!'라고 하셨다! 물론 완벽하단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좋다!

 

이 과제를 잘 해내고 싶어서, 정말 많은 자료조사를 하고, 밤을 새우고, 웬만한 영화관 에서는 더 이상 상영하지 않는 영하를 보느라 밤늦게 샤틀레까지 가서 보고 오고, 또 바로 정리하고... 했던 시간들이, 당시에는 확신이 없어서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었는데.

사실 이 수업은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까지도 통과를 못해서 재수강을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더 부담이 많았다.

12점은 사실 다른 프랑스인 친구들에 비하면 잘한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한 점수이긴 하지만 너무 뿌듯하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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